쇠락하던 구찌(Gucci)에 영입되면서 브랜드를 다시 살려냈다는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탐 포드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자, 스스로 chic 하다고 생각하는 뭇 남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는 영화 <A Single Man 2009>이 상영 중이다. 혹 감상 예정이라면 내러티브보다는 깐깐한 디자이너답게 스타일과 미장센을 고집하는 한 편의 예술 영화로 이해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원작 소설가가 올더스 헉슬리와 함께 책를 쓰기도 했던 작가라서인지 영화에도 올더스 헉슬리를 인용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영화의 배경은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가 횡횡하던 그 때. 십여년을 함께 해 온 사랑하는 연인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지게 되자 절망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조지가 자살을 할까 말까를 집, 학교, 파티, 술집, 바다, 그리고 다시 집을 오가면서 하루동안 고민한다는 그런 이야기이고, 연인과의 추억과 하루 동안의 그 고민들이 고집스러운 스타일로 엮여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맴돌며 그를 눈여겨 보던 이가 등장한다. 그의 수업을 듣는,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생 케니. 이 둘은 학교에서, 술집에서, 바다에서 대화를 나눈다. 콜린 퍼스가 영문과 교수로 출연하며, <About a Boy>에서 휴 그랜트를 상대했던 꼬맹이, 니콜라스 홀트가 어느덧 20대가 되어 풋풋한 대학생으로 출연한다.

영화를 썩 내켜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이라면 이런거다. 스승과 제자, 또는 어른과 아이로서 그들이 나눈 "홀로라서 미래가 두렵다"는 그들의 대화. 살아가는 가치였고 삶의 힘이었던 연인의 죽음을 극복하기 어려워 절망하는 어른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들과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면서 답을 찾고자 어른 주변을 맴도는 아이. 그리고 이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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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a minority is only thought of as one... when it constitutes some kind of threat to the majority, a real threat or an imagined one. And therein lies the fear. If the minority is somehow invisible, and the fear is much greater. That fear is why the minority is persecuted. So, you see there always is a cause. The cause is fear. Minorities are just people, people like us." 연인의 죽음 소식을 듣고 학교에 출근한 조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올더스 헉슬리 소설을 덮고 당시 세상을 뒤덮은 'fear' 를 논한다. "우리의 진짜 적은 두려움이야. 두려움이 세상을 지배하지. 공포는 우리 사회에서 교묘한 조종의 도구로 쓰여 지고 있어. 정치가들의 정책, 불필요한 물건을 파는 방법, 공격당한다는 두려움, 주변에 공산주의자가 있을 거라는 두려움, 그리고 입냄새 때문에 친구를 잃을 거라는 두려움, 늙어가고 홀로된다는 두려움, 쓸모없는 존재라는 두려움, 아무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조지는 자신의 두려움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두려움이 되고, 조지의 진짜 적은 이제 두려움이라는. 그 두려움을 끝내고자 조지는 계속해서 총을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누지만 방아쇠를 당기지는 못한 채 주변을 정리하기만 하다가 그의 주변을 맴돌던 케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케니는 조지로 하여금 적이었던 두려움에서 그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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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는 조지에게 묻는다. "I feel really alone most of the time... I mean we're born alone, we die alone. and while we're here, we are absolutely completely sealed in our own bodies. Really weird. Kinda freaks me out to think about it. We can only experience the outside world through our own slanted perception of it. Who knows what you're really like?"
"교수님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누가 알겠어요" 라는 물음에 조지는 케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좀더 들여다 보면, 인생을 정말로 가치있게 만든 것은 딱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정말 드물게 경험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것은 다른 사람과 진실로 교감하는 거야." 그래, 누군가와의 진실한 교감, 이것이 세상을 사는 용기와 설레임으로 미래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지도.
"역시 교수님은 멋져요.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잖아요. 나이를 먹으면 다 경험하게 된다고. 마치 대단한 일인 것처럼 말이죠." "헛소리지. 나이를 먹으면 더 어리석어질 뿐이야." "그렇다면 모든 경험이 다 쓸모 없는 것인가요?" "그게 아니라, Experience is not what happens to a man. It is what a man does with what happens to him. 경험이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거야. 헉슬리의 말처럼"
조지의 말대로 실재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생각에 불과한 두려움으로 미래를 채우면서 산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진정으로 교감하던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두려움, 소수자로서 산다는 두려움, 패배자가 될거라는 두려움... 모두 단지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에세이 <Texts and Pretexts> 에서 인용하여 조지가 케니에게 해 준 "경험이란 우리에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발생한 일에 대한 우리의 행동"이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그 두려움의 허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조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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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케니와 조지의 관계를 곰곰히 생각한다. 나와 진정으로 교감하는 사람없이 외롭게 홀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지금의 청춘을 지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잔혹한 정글,이라는 어른들의 협박에 그 어떤 젊음도 두려움에서 해방되기 어렵다. 이제 젊다는 것의 의미는 두려움으로 가득찬 미래를 불안해 해야 한다, 라는 의미하며, 그러한 미래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모든 젊음을 제물로 불살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럴 거라는 생각에 불과할 뿐. 단지 머리 속에서만 그리는 하나의 우울한 상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케니의 말대로 자신의 몸에 갇혀 수동적으로 인지하는 경험의 세계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헉슬리는 이야기하고, 조지는 경험을 떠올린다. 가치있는 삶이란 내 앞에 펼쳐진 두려움으로 가득찬 정글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교감하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제거된 설레이는 평원을 달리는 것이라고. 우울한 상상으로 미래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갓 태어난 아기가 그렇게 산다. 그들의 미래에는 두려움이란 없다. 모든 것을 닥치는대로 경험하니까. 미래를 두려움으로 가득 채우고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없이 더 두꺼운 갑옷으로 무장하는 데에만 힘을 쏟는 바람에 점점 더 외롭고 홀로되는 청춘들에게 진정으로 어른들이 해주어야 할 것은 어쩌면 딱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세상에는 함께 교감할 사람들이 많으며 너희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의 미래에서 두려움의 생각을 제거하고 설레임을 채워 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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